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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전쟁을 제대로 다루는 매체란 무엇일까? 존다리안의 만화와 애니,영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건담 애니메이션의 문제점.

일단 이게 나름대로는 일종의 "모범"이라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의외로 전쟁물이라는 것 자체는 만들기가 힘들다. 정서적인 면을 내세우다 보면 자칫하면 신파극이 되어버리고
그런다고 심하게 말해 적군 여기 아군 요기 이런 식의 도표 보여주기식으로 가면 다큐멘터리도 이렇게 심심하지는 않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자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전쟁 소재 작품들이 빠져드는 
함정이고 후자는 테크노 스릴러인 척하고 실은 옛날 군담소설인 경우 특히 국뽕먹는 물건들이 대개 그러하다.

개인적으로는 위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뭐 이것도 내가 보기에지만) 전장에 뛰어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제 3자의 
눈으로 건조하게 보되 그 결과들의 가치 판단은 보는 시청자들의 몫으로 돌리는 이야기가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 플래툰에서 베트콩이 숨어들 가능성이 있는 마을을 미군이 불태우고 마을 사람들을 옮기는 장면이 
나오는데 물론 어떤 의미에서 보면 마을 사람들의 주권을 무시한 외국군대의 만행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베트콩의 위협에서 최소한 마을 사람들도 지키고 미군들의 안전도 유지하는 방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은 많은 경우 전장에서의 일들은 윤리적 딜레마를 안고 있어서 누가 옳았는지 누가 나빴는지 말하기도 힘든 
일들이 부지기수다. 캣쉿원 보면 베트콩의 기습으로 부하를 잃은 한국군 장교가 베트콩과 한패라고 여긴 마을 
주민들을 학살했다가 체포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꽤나 씁쓸했다. 본인도 회한을 가지는 듯 했는데 아마 실존 
인물이라면 평생을 죽어가는 부하와 자신이 죽인 마을 사람들의 악몽에 시달렸을지도 모르겠다. 중증 PTSD
를 앓았을 가능성이 높은데 베트남전 이후 한국에서의 정신과 치료 수준을 본다면 제대로 치료나 받았을지
의문이다.

어쨌든 이런 건조하지만 윤리적 딜레마와 전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매체가 그나마 이상적인 전쟁물의 형태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심지어 헐리웃 영화 제작자들조차도 점차 이런 장르에서 손을 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로 다크 서티, 13시간 같이 어떤 의미에서는 제대로 된 전쟁물은 현대 관객들
보기에는 진짜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사실 전쟁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스펙터클이 아니라 지루한
대치와 순간의 교전이 이어지는 피말리는 행위인 건데 이런 걸 "리얼"하게 보여주다 보니 현대의 관객들은 
싫증을 느끼기 쉬운 것이다. 그들은 차라리 와칸다 포에버 외치며 미개하게 돌격하는 걸 낫게 본다. 
(............)

어쩌면 그나마 아니메보다 나아 보이던 미드나 헐리웃 영화조차도 제대로 된 전쟁묘사에서 손떼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걸 보는 시청자, 관객들이 원하는 것은 "자극"이지 딜레마와 고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어디서
이제 앞으로 전쟁을 제대로 그리게 될까? 한국영화? 국뽕,민족뽕에 빠진 충무로가?

여담인데 람보 1편도 훌륭한 전쟁영화라 생각한다. 전후 PTSD에 시달려 마을에서 외면당하고 쫓기던 전쟁영웅
의 발버둥 "개인적 전쟁"을 다룬 훌륭한 전쟁영화인 것이다. 그런데 희한한 건 이후 2,3편은 국뽕 영웅주의 영화
취급도 받지만 정작 내가 봐도 나쁘지가 않은데 이는 람보라는 개인이 전장에 뛰어드는 동기가 그놈의 애국심 따위
가 아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뛰어드는 어찌 보면 미국식 자유의지주의가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아하니 이게 메탈기어 솔리드 전체의 주제 의식에도 영향을 준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여담이지만 건담이 훌륭한 전쟁물이 되기 힘든 이유는 근본적으로 초안에서 우주판 15소년 표류기처럼 만들려고
했었던가 그랬는데 결국 소년이 사건에 뛰어들어 방황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일이라면 전쟁이 아니더래
도 상관은 없다. 예를 들어 전형적인 슈퍼로봇물 마냥 악당이 매 한회마다 악당로봇 보내오고 그 안에서 갈등 일어나는
정도의 전개래도 이런 건 가능한데 이런 걸 알아채고 만든 게 바로 에반게리온 아닌가 싶다. 즉 에반게리온은 건담에서
전쟁물인 척 한 걸 뺀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덧글

  • 무명병사 2018/09/29 22:48 #

    이런. 너무 깊게 나가셨군요. 전 그저 "건담 애니들이 전쟁씬이랍시고 연출하는 게 무슨 원사이드 매치 아니면 최애캐 원맨쇼야!"하고 까는 것 뿐이었는데.
    전쟁을 다루는 방향은 어지간하면 그냥 용인하자는 주의입니다. 다만 극도로 진지하고 암울하게 다뤄야 '진짜 전쟁'을 보여준다는 시각에는 반대입니다. 배달의 기수를 180도 뒤집어놓은 거랑 다를 바가 없지요...
  • 존다리안 2018/09/29 22:59 #

    남북전쟁을 그린 미국의 전쟁화가가 있는데 그사람 특징이 군인들의 생활장면을 중심으로 그리지 전투장면을
    중심으로 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군인의 죽음이 아닌 삶을 그리려 했다든가....
    어쩌면 진지,암울도 실은 일종의 "포르노"에 가까운 건지도 몰라요. 전쟁은 참혹한 것이다! 참혹한 것이란 말
    이다! 이렇게 강변하면서 잔혹포르노 보여주는 것 말이죠.
  • 무명병사 2018/09/29 23:37 #

    아니면 "나는 진실을 알아! 니들이 모르거나 무시하는 진실을 안다고!" 라는 우월감 내지는 심술일지도 모릅니다. 더 최악은 어떠한 정치적인 이득을 위해서 그 이미지를 이용한다는거죠. 실제로 이라크 침공 당시 사담파는 아이나 여성들을 앞세워서 미군의 교전수칙을 악용하기도 했죠. 이렇게 노이로제에 걸린 미군들은 결국 수상해보이는 모든 것에 과잉반응을 보였고... 월맹군은 이 전법을 아주 잘 써먹었습니다. 사담파는 거의 박살나서 국제적으로 어찌해보지를 못했지만.

    LA 월드 인베이전 당시 평론가들은 "이제는 하다하다 외계인까지 나오냐?"고 했는데 정작 현역들은 "너희같은 너드들이 전우애같은 걸 알겠냐?"라고 반응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게 사실이라면 평론가들이 강조하는 '리얼리즘'도 어차피 그들만의 시각에 지나지 않을지도요.

    아니 근데 저거 원래는 "전쟁소설 쓴다면서 투명드래곤을 쓰고 앉았냐?"고 까는 글이었는데;;

    +파프너도 진퉁 전쟁물이죠. 하지만 그건... 네. 좀 칙칙하죠. 아니, 아주 많이. 동의하실지 안하실지 모르지만 마브러브도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다만 유치찬란일본산국뽕이 그걸 다 덮어버린 게 문제죠.
  • 나인테일 2018/09/29 23:22 #

    옳바른 전쟁 장르의 표현이라면 흑인 여성 나치가 일본도 휘두르는게 아니라 다 즐기고나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삶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애니메이션 중에서 그런 작품이라면 저는 시도니아의 기사를 꼽고 싶습니다. 극이 진행되면서 어느새 주요 등장인물 중 순수한 인간은 아예 없다시피하고 인간의 조건에서 한두개씩 나사가 빠져버린 인간 비스므리한 이들만 남아 과연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지는게 굉장히 멋진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존다리안 2018/09/29 23:25 #

    저는 시도니아가 진격의 거인 따위보다 더 나은 형식으로 비슷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로봇물 한정이라면 창궁의 파프너도 좋게 봅니다. 근데 이건 너무 좀 칙칙해서리...
  • 나인테일 2018/09/29 23:35 #

    창궁의 파프너는 다들 너무 쉽게 목숨을 내다 버려서 좀 ㅋ
  • 최강로봇 도라에몽 2018/09/29 23:54 #

    전 건담의 전쟁물을 긍정하는게 토미노감독의 소설판 건담이나 포켓속의 전쟁 같은 경우는 정말 전쟁이란 결국 죽는거고 애들의 눈으로 보는 전쟁은 또 이런 면이 있구나 싶어서 긍정해요 그래도 전후세대이니 전쟁에대한 미화는 안하는 점이...
  • 풍신 2018/09/30 08:55 #

    그런데 전쟁의 적나라한 비극 보여주는 것은 진심으로 즐겁지 않기 때문에...애니보면서 스트레스 받을 바엔 안 볼 사람들이 많아지죠. (어느 쪽이냐 하면 영웅의 활극을 보고 싶어서 보는 쪽이고...) 베트남 관련 같은 전쟁 영화들만 보면 매번 멘탈이 피곤해져서 이젠 친구가 같이 보자고 표 사준다며 돈 주고 보라고 해도 안 볼 상황이라...

    솔직히 윤리적 딜레마와 전쟁의 잔혹함 따위 안타노시이~그런 의미에선 진정한 전쟁물은 기피 대상이랄까.
  • 효도하자 2018/09/30 12:08 #

    강철의 연금술사처럼 제한적으로 보여주는경우도 있죠. 전쟁이 주 주제가 어닐경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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